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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정상인데 무릎이 시큰... 관절 갉아먹는 '근감소성 비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며 운동 부족 상태에 놓이기 쉽다. 이때 체중이 늘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활동량 감소로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는 이른바 '근감소성 비만(Sarcopenic Obesity)'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체질량지수(BMI)는 정상이지만 대사적 위험과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형외과 전문의 선상규 원장(코끼리정형외과의원)은 "겨울철에는 활동량과 근육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체중 변화 없이도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흔히 발생한다"며, "근감소성 비만은 무게는 그대로인데 '보호 장치'는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른 비만'의 역설.. 임상적 특징과 자가 진단
근감소성 비만은 겉보기에 마르거나 평범해 보여 자신이 고위험군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임상적으로는 계단을 오르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는 등 일상적인 동작이 유난히 힘들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선상규 원장은 "주로 무릎 앞쪽 통증, 허리·골반 주변의 묵직한 통증을 호소하며, '살은 안 쪘는데 관절이 더 아프다'는 환자도 흔하다"고 말했다.
선 원장은 간단하게 자신의 근육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두 가지 자가 진단법을 소개했다.
∙ 핑거링(Finger-ring) 테스트: 양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을 만든 뒤, 종아리의 가장 굵은 부위를 감싼다. 종아리가 손가락 원보다 가늘어서 공간이 많이 남는다면 근육 부족(근감소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의자에서 일어나기 테스트: 의자에 앉아 손을 가슴에 'X' 자로 교차해 얹은 상태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앉기를 5회 반복한다. 이 동작에 12초 이상 걸린다면 근력이 매우 약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단순 비만보다 치명적인 기계적·생화학적 기전
근감소성 비만은 단순 비만보다 관절 질환에 더 취약하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관절과 디스크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던 '천연 보호대'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퇴사두근은 우리 몸에서 '천연 완충기(Shock Absorber)' 역할을 하는데, 이 근육이 줄어들면 보행 시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충격 에너지가 연골과 뼈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선상규 원장은 "근육이 부족하면 관절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져 무릎이나 척추 마디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전단력'이 발생하며, 이는 연골 마모를 가속화해 단순 비만 환자보다 관절염 증상을 훨씬 빠르게 악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만은 단순히 무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화학적인 독성을 지닌다. 지방 조직이 다양한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 원장은 "증가한 내장 지방은 아디포카인(Adipokines), 즉 TNF-α,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염증 공장'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신적 저강도 염증'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며 관절 연골 파괴 효소를 활성화하고 근육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굶는 다이어트'의 치명적 부작용, 근육 단백질 먼저 연소
활동량 없이 식사량만 급격히 줄이는 다이어트 방식은 근감소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골밀도에도 악영향을 미쳐 관절 건강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상규 원장에 따르면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할 때 체지방보다 근육 단백질을 먼저 분해해 에너지로 쓰려는 경향이 있어, 겨울철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굶으면 지방은 남고 무릎을 지탱할 근육만 사라지는 근감소증이 심화된다. 또한 영양 섭취가 급격히 줄면 뼈를 형성하는 세포 활동이 억제돼 골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척추나 관절에 골절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선 원장은 "단백질 섭취 부족은 근육량 감소와 근력 회복 지연을 가져오며, 결과적으로 체중은 줄었는데 관절은 더 약해지고 통증은 심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절 보호를 위한 저항성 운동과 영양 수칙
관절이 약한 경우 무리한 유산소 운동보다는 관절 하중이 적은 '저항성 운동'이 권장된다. 선상규 원장은 겨울철 집안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운동법을 소개했다.
∙ 의자에 앉아 다리 펴기 (Seated Leg Extension): 의자에 바르게 앉아 한쪽 다리를 직선으로 쭉 펴고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긴 뒤 5~10초간 버틴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대퇴사두근을 강화할 수 있다.
∙ 벽 대고 투명의자 앉기: 벽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30~45도 정도만 굽힌 상태로 버틴다.
∙ 누운 상태에서 다리 들어 올리기: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발목을 머리 쪽으로 당기고 무릎을 편 채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내린다. 다리를 천천히 내리면서 대퇴사두근에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 합성 효율을 높이는 단백질 섭취도 병행되어야 한다. 선 원장은 "단백질은 '살찌는 영양소'가 아니라 관절을 지키는 '근육 형성 재료'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류신(Leucine)이 풍부한 달걀, 생선, 콩 등을 아침, 점심, 저녁에 20~30g씩 나누어 먹어야 합성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조언했다. 단백질은 체중 1kg당 1.2~1.5g 정도가 권장된다.
선 원장은 겨울철 관절 건강의 핵심은 "따뜻하게 유지하고,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무릎∙허리 보온으로 혈액 순환을 돕고 근육 경직을 방지하라고 조언했다. 근육은 늘리고 지방은 줄이는 체성분 관리가 필수적이며, 실내에서라도 제자리걸음 및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해야 겨울철 척추∙관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 원장은 "근육은 관절을 평생 지켜줄 가장 든든한 보험이며, 관절 건강의 핵심은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